창업자가 풋옵션을 포기하고 매각대금을 재투자했다, 이 선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비아 창업자는 이번 M&A에서 풋옵션도, 우선배당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받은 매각대금을 회사에 다시 집어넣기로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배수진입니다.
## 풋옵션과 우선배당, 창업자가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안전망
회사를 팔 때 창업자들이 조건으로 챙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풋옵션과 우선배당입니다.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자신의 지분을 인수자에게 되팔 수 있는 권리입니다. 거래 후 회사 가치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거나, 경영 방향이 맞지 않을 때 창업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미리 만들어두는 장치입니다. 우선배당은 다른 주주보다 먼저 일정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투자 원금이나 기대수익을 어느 정도 확보해두겠다는 구조입니다.
이 두 조건은 창업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요구입니다. 수십 년 일군 회사를 넘기면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원하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중소기업 M&A에서도 매각 협상 초반에 창업자 측이 이런 조항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가비아 창업자가 내려놓은 것들
이번 거래에서 창업자는 그 안전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풋옵션도, 우선배당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받은 매각대금을 회사에 재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돈을 손에 쥐고 나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매각대금 재투자는 창업자의 유동성을 다시 회사 안으로 묶어두는 선택입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창업자가 거래 이후에도 회사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배수진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옵니다. 퇴로를 스스로 없앤 셈입니다.
## 이 선택이 인수자에게 보내는 신호
M&A 협상에서 매도자가 보호 조항을 많이 요구할수록, 인수자는 경계심을 높입니다. 창업자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두면 인수자는 "이 사람은 거래 이후를 믿지 않는다"고 읽습니다. 협상이 딱딱해지고, 가격 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창업자가 풋옵션 없이 매각대금을 회사에 집어넣으면,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됩니다.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뢰를 조건 하나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가비아처럼 상장사가 이런 선택을 하면 시장에 공개됩니다. 비상장 중소기업 M&A에서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지만, 인수자와 그 자문단은 조건 구성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비밀유지계약서 체결 후 상세 기업개요서가 넘어가는 단계부터, 이런 세부 조항들은 협상 분위기를 실질적으로 좌우합니다.
## 매각을 설계하는 대표라면, 조건 구성 자체가 전략입니다
회사를 매각할 때 협상은 크게 두 축으로 흘러갑니다. 가격을 얼마나 받느냐, 그리고 어떤 조건을 달고 받느냐입니다.
가격에만 집중하다 보면 조건 설계에서 놓치는 것들이 생깁니다. 창업자가 요구하는 보호 조항의 수와 강도는, 인수자가 매도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단서가 됩니다. 풋옵션이 많고 강할수록 인수자는 실사를 더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가격 협상에서 할인 논리를 꺼낼 수 있습니다.
물론 보호 조항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거래 구조에 따라 꼭 필요한 안전장치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조항을 요구하고 어떤 조항을 내려놓을지, 그 선택 자체가 협상의 온도를 만든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가비아 창업자의 선택이 이례적으로 읽히는 건 조건 구성이 그만큼 담백하기 때문입니다. 매각을 준비하는 대표라면 무엇을 요구할지만큼, 무엇을 내려놓을지도 전략적으로 고민해볼 이유가 있습니다. 조건 설계 단계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다면, M&A 거래소에 매각 안건을 등록하고 자문 연결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